이선균 “'성난 변호사' 한국영화의 허리 됐으면”
"한국영화에 허리가 없어졌다"는 주제를 다룬 기사들이다.
이 말이 최근 심심찮게 들리고 있다. 한해에 세편이상이나 천만관객의 영화가 탄생함에도 불구하고, 그런 흥행작 뒷편에는 정작 쪽박차는 영화들 뿐이라는 소리인데... 그런데 기사제목중에 거슬리는게 있다. CGV가 저런말을 하기엔 뭔가 어불성설이 아닐까? 한국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대형 멀티플렉스가 CGV인데. 저런 말을 과연 할수 있을까?
제목에도 썼다시피 극장에서는 매일매일 영화를 상영하고 있지만, 정작 나는 보고싶은 영화가 없다. 아니 보고 싶어도 볼수가 없다. 멀리 갈것도 없다. 근처에 영화관에서 현재 상영하는 상영시간표만 봐도 답은 나온다.
이건 글쓴이의 집에서 가장 가까운 메가박스 백석점의 12월 22일 상영시간표이다. 보면 알다시피 히말라야, 대호, 스타워즈가 눈에 띄게 많은 시간을 할당하고 있으며, 총 9편의 영화를 상영하고 있지만... 이건 누가 봐도 3편의 영화의 독과점이 아닌가? 이게 어떻게 9편을 상영하고 있다고 할수 있을까? 상영횟수도 문제지만 상영시간이 더 문제이다. 그래! 저 3편의 영화가 대작이니까 많은 상영관을 차지하는건 어쩔수 없다고 하지만.. 나머지 영화의 시간들을 보면 더 기가차다.
하트오브더씨 08:40 / 리틀보이 10:35 / 그들이 죽었다 11:10 / 뽀로로 13:20 / 인허플레이스 17:30
이거 뭐.. 백수들만 영화보라는 소린가? 저 영화는 딱 저 시간에 한번만 상영하는데.. 직장인들이 무슨수로 저걸 본단 말인가? CGV를 이야기하다가 메가박스를 왜 이야기하냐고 할수 있지만, 뭐.. 얼마나 다를까? 아래는 일산CGV의 같은날 상영시간표이다.
보았는가? 상영관이 1관 더 많은 곳임에도 불구하고 여기는 오히려 단 6개의 영화만을 상영중이다. 상영작도 더 적으니, 오히려 여긴 더 심하다고 생각되지 않나?
정말 극장에서 보고싶은 영화가 있는데, 그 영화가 작은영화다. 그렇다면 무조건 개봉주에 그나마 큰 멀티플렉스에서 새벽부터 일어나던가, 내일 지각할 생각하고 자정넘어서 하는 영화를 봐야할 판이다. 훗.. 이래도 멀티플렉스에서 과연 허리가 없다고 할 수 있냐?
큰 영화가 모두 좋은 영화가 아닌것처럼, 작은 영화가 모두 별로인 영화가 아니다. 이렇게 멀티플렉스들은 돈될만한 흥행대작들만 좋은 시간, 많은 회차 상영을 하면서 누가 누굴보고 지적질인가? 이렇게 묻히는 영화가 정말 한둘이 아닐텐데.. CGV는 정말 자신들의 행동을 뒤돌아보고 저런말 지껄였으면 좋겠는데?
멀티플렉스의 장점은 한곳에 많은 상영관을 통해 자신이 보고싶은 영화를 선택해서 볼 수 있다는것 아니었나? 그런데 어느순간에 선택권이 사라진 멀티플렉스를 운영하는 회사에서 저런 소리하는걸.. 난 어떻게 받아드려야 하는거지?
그래! 우리에겐 희망이 하나 남아있다. 롯데시네마가 있었다! 자, 우리의 마지막 희망 롯데시네마를 보자.
물론 이건 요즘 시간표는 아니지만, 내가 지난 4월에 어벤저스2가 한창 상영중일때 직접 찍은거다. (롯데시네마 영등포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웃음밖에 안나오지 않나? 더 재밌는건 저렇게 되어있음에도 약장수는 저녁타임 상영은 이뤄지지 않았다. 모두가 피해갈때 당당히 어벤저스2에 맞섰지만.. 결국엔 개봉하는 주조차도 저녁때 상영시간을 할애해해주지 않는 극장이라면? 대결이 되나? 어벤져스가 보기 싫어서 다른 영화를 보려고 멀티플렉스에 왔지만.. 그래서 퇴근하고 가볍게 7시에 극장에 왔는데.. 저 상황이라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난 게다가 회사와 극장이 멀어서 30분~1시간을 달려서 왔는데. 저 난리라면? 극장온게 억울해서라도 어벤저스2 보지 않았을까?
한해 천만 영화 3편의 탄생은 어떻게 보면 한국영화에 희소식이 아니라 비보가 아닐까? 영화의 선택권이 없는 멀티플렉스의 이런 횡포에 끌려다닐 수 밖에 없는 우리 한국관객들은 정말 불쌍한거 아닐까? 대작이 아닌 중소영화를 제작하는 영화사들은 아무리 영화를 잘 만들어도 제대로 걸어주는 극장이 없어서 망해갈텐데.. 허리 없다고 한탄만 하고 있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그래! 좋은 영화면 입소문을 통해서 상영관수가 늘어날수 있다고 반박할수도 있겠다. 근데 솔직히! 이런 상황에서 입소문이 나는걸 기대하는게 말이나 됨? '님아 그강을 건너지 마오'는 정말 정말 기적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가 없다. 우리나라에서 영화관 역주행은 정말 쉽지 않는 일이다. 적어도 한 편의 영화가 나오고 그 영화를 보고 싶은 사람은 극장에서 볼 수 있게 해줘야.. 입소문도 더 나고, 역주행도 많이 나오지 않을거 아닌가?
멀티플렉스 3사는 어찌됐든 돈될만한 영화만 많이 틀고, 천만영화만 많이 생기면.. 좋겠지? 천만영화의 3~4편보다. 3~4백만 영화 10편이 훨씬 더 다양한 소재와 장르의 영화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선 최소한 극장들은 지금처럼 일부 큰영화에 몰아주기식 상영 말고, 관객들을 좀 더 생각해서 다양한 영화를 적절하게 배분했으면 좋겠다. 내가 보고픈 '바닷마을 다이어리'가 우리집 근처 극장 어디에도 하지 않아서 꼭 하는 소리는 아니다. ㅋㅋㅋ
관객은 내가 보고 싶은 영화를, 내가 편하게 보고싶은 작은 소망이 있다.
극장와서 영화 편하게 골라 보라고 만든 멀티플렉스에서 몇몇 영화만 보길 강요하지 말라.
이 그지같은 놈들아.
덧글
현실적으로 돈이 중요하니까 어쩔 수 없지 않나요?
영화관도 자원봉사하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결국 관객들도 그런 상업영화를 중점적으로 보러가니 그럴 수 밖에 없지요.
관객들이 정말로 작은 영화라도 보러 간다면 영화관도 그렇게 안 하겠지요.
덕분에 상업영화보다 다른 영화를 많이 상영하다 사라진 작은 영화관도 많은 걸로 아는데...
그게 현실적인 문제겠지요.
굳이 영화관에 뭐라할 문제는 아닌것 같은데;;
평론과 관객스코어 등 영화를 사전평가할 기준이 늘어나면서 대중도 그만큼 영악해졌을 뿐이라 생각합니다. 튼튼한 중박이 없어진 건 아쉽지만 독점만으로 천만라인 띄워놓기엔 관객의 눈이 높아졌다는 것만큼은 간과하지 말아주셨음 합니다.